대본 검열 회의
Translation: Censorship Meeting
극단 사무실은 새벽 세 시, 커피 향과 종이 더미만 남은 전장 같았다. 예술감독 민수는 대본을 손에 들고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며 말했다. "이건 우리 말로 해야 하는 이야기예요."
홍보팀장 지현은 손가락으로 몇 줄을 가리키며 반박했다. "그러니까, 관객 반응을 예측해야죠. 언론에 한 번 걸리면 회사 이미지가 날아갑니다." 법무 담당 영우는 태블릿을 켜며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. "명예훼손, 모욕, 공공질서 침해 가능성이 있습니다. 작은 문장 하나가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."
잠깐의 정적 뒤, 조명팀 막내가 컵라면을 꺼내며 농담을 던졌다. "검열은 홍차 한 잔과 함께 오나요?" 웃음이 터지고 긴장이 조금 풀렸다. 웃음은 회의의 윤활유였지만 본질은 사라지지 않았다.
민수는 예술적 표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. "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해야 합니다. 그러나 상처를 줄 책임도 무시할 순 없어요." 지현은 보도자료 초안 몇 줄을 고치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. "강조할 포인트만 바꿔서 맥락을 분명히 합시다."
영우는 현실을 상기시켰다. "최근 몇 가지 사례를 보면, 작은 문구 하나로 소셜미디어가 폭발합니다. 문화적 맥락 설명과 법적 안전장치가 필요해요."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.
결국 타협안이 나왔다: 문제 문장을 일부 순화하고 프로그램북에 해설과 경고문을 넣기로 했다. 지현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. "이렇게 하면 예술성도 지키고 불필요한 오해도 줄일 수 있어요."
회의가 끝날 무렵, 창 밖이 서서히 밝아왔다. 민수는 피곤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. "표현의 자유는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지만, 때로는 책임이라는 조명도 필요하죠." 모두가 그 말에 동의하며 짐을 꾸렸다.